2019/2019_생활2019.04.21 19:51

 

상반기에 내려야 할 결정들이 앞으로 내 인생의 방향을 크게 좌우하게 될 것 같다. 일과 사생활 모두 중대한 선택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인생을 내 뜻대로 그려나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겠다. 오롯이 내가 책임지는 내 삶에 뿌듯함도 느낀다. 두렵기도 하지만 피하지 않겠다.

 

'2019 > 2019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대한 시기.  (1) 2019.04.21
시골 갔다 왔다.  (0) 2019.03.03
담대한 목표를 담담히 세워본다.  (2) 2019.02.10
지금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  (2) 2019.02.02
감기.  (0) 2019.01.13
마지막 TA 평가.  (0) 2019.01.02
Posted by 고숑
2019/2019_가슴2019.03.15 23:44


내가 시험을 치렀을 당시에 행정고시 3차 면접은 소위 말해 이상한 사람만 걸러내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튀지 말고 중간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보통이었다. 나는 이 통념에 의문을 가진 막내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면접은 내 이름 석자를 면접관에게 각인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면접장에서도 가장 통통 튀는 축에 속했다. 시쳇말로 관종이었다고 본다.


나이가 들면 튀고 싶어하는 성향이 조금은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자신감이 커져 가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스스럼없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의 편에 서주는 가족, 스스로 닦아온 능력, 누가 시키지 않아도 쏟는 노력, 자유분방한 기질 등이 결합하면서 그렇게 터무니없는 용기를 키워가는 것 같다. 가령 내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긴다.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의 본래 모습을 숨기려 하지 않는 솔직함이 강해진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내 성향상 언제까지나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서든 나는 내가 잠깐이라도 거쳤던 곳에서 내 이름 석 자가 나오면 그 사람 일 깔끔하게 했다는 말을, 성격 참 좋았다는 말을, 같이 지내는 동안 꽤 즐거웠다는 말을 듣고 싶은 욕심이 있다.


평일에는 정말 바쁘지만 주말에는 여유가 있다. 이번 주말에는 졸업 전 저널에 제출했던 논문을 고치고 여러 논문과 보고서도 읽으면서 차분히 보내려고 한다. 매 한 주 동안 바쁨과 여유로움을 왔다갔다하면서 앞으로 같이 지낼 사람과는 호흡이 비슷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어느 한 쪽이 바쁘면 다른 한 쪽이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많이 바뀌었다. 바쁠 때 같이 바쁘고 한가할 때 같이 한가로운 편이 서로에게 덜 미안하고 좋아 보인다. 


'2019 > 2019_가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튀는 삶.  (0) 2019.03.15
괜찮아지고 있다.  (4) 2019.02.17
Posted by 고숑
2019/2019_생활2019.03.03 21:43


봄이 되어 아빠가 풍기로 돌아갔다. 연휴에 시골에서 빈둥대고 싶어서 풍기에 잠깐 다녀왔다.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온돌방에 가만히 있었다.


귀국 후 공부는 거의 뒷전이지만, 일상의 곳곳에서 공부의 추억을 떠올리고는 한다. 온돌방에 쳐박혀 영화 "그린북"을 보는데 내 오랜 관심사인 모순적 정체성(oppositional identity)과 관련한 내용이 나와서 흥미로웠다. 인종차별과 계급차별이 있는 세상에서 출세한 흑인이 경험하는 삶은 어떠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역시나 온돌방에 쳐박혀 스누라이프를 들어가보니 여전히 20대 남성들의 화를 느낄 수 있었다. 성차별과 관련하여서도 여러 공부를 했었다. 남녀 임금에 차이가 있다면 이것이 과연 성별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있다. 우버 택시기사를 분석한 John List 등의 최신 논문에 따르면 남녀 임금 차이는 성차별적인 요소보다는 합리적인 요소(경력이 더 많은가? 위험을 더 감수하는가?)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고 한다.


확실히 나는 90년대생보다 더 90년대생스러운 자유분방함이 있다. 이 기질을 숨기지 못한다. 회사의 친한 친구가 나보고 "너는 회사를 삼국지에 나오는 수경선생처럼 다니는 것 같다."라고 했는데 와닿는 구석이 있다. 현 회사에 욕심은 있지만 미련은 없다. 내 스스로도 참 묘한 감정으로 회사를 다닌다고 생각한다.


'2019 > 2019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대한 시기.  (1) 2019.04.21
시골 갔다 왔다.  (0) 2019.03.03
담대한 목표를 담담히 세워본다.  (2) 2019.02.10
지금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  (2) 2019.02.02
감기.  (0) 2019.01.13
마지막 TA 평가.  (0) 2019.01.02
Posted by 고숑
2019/2019_가슴2019.02.17 22:37

사람은 확실히 적응의 동물이다. 완전히 능숙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이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사색하는 느낌이, 회사에서는 행동하는 느낌이 있다. 학교는 혼자서 차분히 있는 매력이, 회사는 여럿이 부산히 있는 매력이 있다. 둘 다 갖춘 곳은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측면을 조금 더 보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도 회사에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스스럼없이 지내는 친구들과 형누나들이 제법 있다. "뭐하냐?" 하면 옥상에서 바람 쐬고, "밥 안 먹냐?" 하면 식당에서 밥 먹고, "야근하냐?" 하면 휴게실에서 잡담하고, "시간되냐?" 하면 술집에서 한 잔 하는, 그러한 소소한 것들이 그냥 좋다.

불현듯 떠나고 싶으면 주말에 근처 도시에 놀러도 가보고, 괜히 해넘이를 보고 싶으면 근처 호숫가에 잠깐 나와 붉은 노을을 가만히 바라보고, 그러한 것들이 점점 나의 일상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19 > 2019_가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튀는 삶.  (0) 2019.03.15
괜찮아지고 있다.  (4) 2019.02.17
Posted by 고숑
2019/2019_생활2019.02.10 19:12


귀국 후 당신들 집에 얹혀살고 있는 처지인지라 주말에 어디 가자고 할 때 거역할 수가 없다. 비자발적 효도 중이다. 당신들은 주로 산과 사찰에 간다. 집 뒷산인 원수산과 전월산부터 조금 더 멀리 조계산(송광사), 천태산(영국사), 계룡산(갑사), 광덕산(광덕사), 장태산 등지에도 다녀왔다.



태바가 산을 정말 좋아하는데 태바는 오는 5월에 결혼한다. 롱바는 이미 지난 주에 결혼했다. 태바와 태바 여자친구 둘 모두에게 아직 돌이킬 시간이 있다고 말하지만 가볍게 무시당하고 있다. 그래도 서울에 놀러갈 때 잠은 재워준다고 하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올해부터는 당신들도 아니고 태바도 아니고, 착한 여자친구와 함께 산에 올라보겠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예쁘게 물든 가을 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태바가 댓글에 "ㅋ"를 몇 개나 달아놓을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담대한 목표를 담담히 세워본다. 



'2019 > 2019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대한 시기.  (1) 2019.04.21
시골 갔다 왔다.  (0) 2019.03.03
담대한 목표를 담담히 세워본다.  (2) 2019.02.10
지금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  (2) 2019.02.02
감기.  (0) 2019.01.13
마지막 TA 평가.  (0) 2019.01.02
Posted by 고숑
2019/2019_머리2019.02.09 09:33


모처럼 시간을 내어 논문을 몇 편 읽었다.


한 편은 요새 회사 업무에서 느끼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번 정부의 경우 여러 중요한 정책 추진에 학교, 연구소, 시민단체, 이익단체 등이 참여한 위원회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인상이 있다. 아예 위원회가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국회나 정부에 결정권은 있지만 위원회가 무시할 수 없는 권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 소개하는 논문은 인천대 이인재 교수님의 글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운영원리를 경제학적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인, 사용자위원 9인, 공익위원 9인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중간자적 성향에 있는 공익위원의 의사가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몸소 경험하고 있는 현 정부의 운영원리와도 맥이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다른 한 편은 나의 오랜 관심사인 "권력자의 인적사항이 공공자원 배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와 관련이 깊다. 대영제국 시절 최고권력자와 친한 통치자가 지배한 식민지 지역은 재정적 역량에서 부족함이 드러났다고 한다.

The results provide evidence that colonies that were exposed to a large share of patronage governors exhibit lower fiscal capacity today. This negative relationship is persistent over time and driven by the lower capacity to generate indirect tax revenue. Consistent with the negative impact of patronage governors on the generation of indirect trade taxes during the colonial period (Xu, 2018), the results thus provide evidence for a public finance channel through which colonial legacies may extend beyond independence. More broadly, the empirical findings resonate with an emerging empirical literature that identifies patronage as a key impediment to state effectiveness. The long-run results caution that patronage appointments - no matter how fleeting - can have substantial persistent effects.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정의 국가정체성과 관련하여 논문을 쓴 적이 있는데 우연히 비슷한 논문을 읽었다. 엄마가 영국 사회에 동화되려고 노력할수록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그 이유로 자원의 희소성을 말하고 있다. 주제가 무척 비슷하고 데이터만 다른 내 논문은 수많은 저널에서 계속 리젝되고 있다. 이 논문의 결과는 어떠할지 자못 궁금하다.


대학원 시절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고 즐겁게 연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것이 취미로 작용했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돌아갈 직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논문이 취미가 아닌 업이 되었을 때 과연 당시의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음악도 모닝콜이 되면 싫어지는 법이다.


Posted by 고숑
2019/2019_생활2019.02.02 13:03


나는 내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 혼자 오랫동안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충분한 시간 속에 주변 방해도 안 받고 자료도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 의견도 구하면서 혼자 곰곰이 생각하고 내 의견을 이끌어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는 이러한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신선처럼 살고 싶은 성향이 다분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살 수 없는 길에 제 발로 들어섰다. 스스로도 회사에서 본래의 성향에 맞춰 살 수 있겠다는 기대는 예나 지금이나 하지 않는다. 신선의 삶을 기회비용으로 여길 만한 사리분별은 있다.


문제는, 회사의 요구와 나의 능력 및 성향 사이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강이 있다는 점이다. 간극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내 생각보다 더욱 깊고 넓다. 재빠르고 기민하게 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중이다. 굼뜨고 어리숙하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면피는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내 자신을 압도한다는 사실이다. 설익은 것들이 자꾸 다 익은 것처럼 포장되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스스로 큰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매일 같이 무시 당하고 혼나는 삶에 점점 내성이 생기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싫은 소리를 들을 때 기분이 가라앉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자연스레 앞으로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굉장한 압박감을 느낀다.


내 자신이 여러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자책에 미국에 다녀왔다. 그리고 나름 공부를 일찍 잘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여하튼 많은 생각이 든다.


'2019 > 2019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대한 시기.  (1) 2019.04.21
시골 갔다 왔다.  (0) 2019.03.03
담대한 목표를 담담히 세워본다.  (2) 2019.02.10
지금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  (2) 2019.02.02
감기.  (0) 2019.01.13
마지막 TA 평가.  (0) 2019.01.02
Posted by 고숑
2019/2019_머리2019.01.16 09:32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라는 KDI 보고서를 읽었다. 현재 KDI 홈페이지에는 8페이지 요약 보고서만 올라와 있는데 나는 운좋게 영어 원문과 한글 원문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이 분야를 전공하며 비슷한 논문을 썼고 유사 논문들에 대해 레프리 리포트를 작성했던 경제학도로서 간단하게 비평을 남긴다. 


1. 응용미시를 전공한 사람들은 일단 타당한 식별전략을 수립하여 처치효과(금융권 인사의 재취업 효과가 발생하였는가?)를 깔끔하게 잡아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이것을 완벽하게 해내야만 메커니즘(전문성 가설/부당공동행위 가설)도 논할 수 있게 된다. 많이 발전한 현대 실증경제학에서조차 메커니즘은 아직도 추론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경우 메커니즘을 처음부터 가장 강조하면서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인상이 있다. 저자들이 미시이론/산업조직론을 전공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의 이해가 결여되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2. 어떤 공공 부문의 인사가 언제 왜 그 민간 회사로 옮겼는지 자기선별 가능성이 있다. 처치효과의 명확한 식별을 위해서는 이것에 대한 설명과 방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놀랍게도 이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다. 실증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은 보고서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좋은 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3. 공직 인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보고서의 경우 유독 금융감독원만 문제를 삼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누구를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라고 명확하게 따지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가령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다가 금융위원회로 갔다가 금융감독원에서 은퇴했으면 이 사람은 어디 출신인가? 한국은행에서 일을 오래 했다가 금융감독원에서 잠깐 일한 후 은퇴했으면 이 사람은 어디 출신인가? 실제 존재하는 경우이다.


4. 성과지표로 채택한 종속변수가 결과값이 나온 것 위주로 임의 취사되었다는 불안한 심증이 있다. 재무제표를 볼 때는 수익성/안정성/성장성 측면에서 여러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기본이다. 왜 부실자산비율과 위험가중자산만 선택하여 금융회사 경영의 성과지표로 활용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소명이 없다. 또한 경영목표가 엄연히 다른 금융기업들을 일괄적으로 포괄해서 분석했는데(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성격이 다른 이들을 동일한 성과지표로 평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5. 분석 대상이 되는 임원에 왜 대표, 부회장, 감사, 사외이사, 일반 임원이 모두 포함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들 모두가 분석 대상인 종속변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감사의 경우 회사 내에서 주요 의사결정권자도 아니다. 이 경우 처치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에 명쾌한 연결고리가 없게 되고, 따라서 보고서가 핵심으로 삼는 메커니즘의 설명력도 약해진다.


6. 회전문 인사의 강도를 조건부 확률로 측정하였는데, 이것이 과연 보고서에서 말하는 조건부 확률로 측정이 가능한 것인지 회의적이다. 조직의 절대적 규모뿐만 아니라 상대적인 지위에서도 기관 간 차이가 있는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외부인으로서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 어떤 단체의 인사와 조직 등을 논할 때에는 많이 신중해야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KDI의 실력과 자정작용을 신뢰한다. 저자 두 분 역시 무척 훌륭한 경제학자이다. 보고서가 아직 설익은 느낌인데 앞으로 더 단단한 연구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Posted by 고숑
2019/2019_생활2019.01.13 16:24


주말에 당일치기로 서울 한 번 다녀오려면 생각보다 많은 기력이 필요하다. 운동 체력과 생활 체력이 다른 모양인지 테니스 코트에서는 몇 시간을 보내도 몸이 멀쩡한데 길거리에서는 약간의 시간만 써도 몸이 축난다.


오랜만에 일치반 06 동기들끼리 여의도에 모여서 롱바와 황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모임을 가졌다. 서울 다녀온 후 기절에 가까울 만큼 몸살감기를 심하게 앓고 있지만, 그래도 간만에 친구들을 볼 수 있어서 많이 좋았다. 우리 반 우리 학번 동기들이 유독 사이가 좋은 것 같다. 다들 멋지게 살고 있다.


복직이 확정됐다. 잠시 떠나있었던 본업으로 복귀한다.


'2019 > 2019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대한 시기.  (1) 2019.04.21
시골 갔다 왔다.  (0) 2019.03.03
담대한 목표를 담담히 세워본다.  (2) 2019.02.10
지금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  (2) 2019.02.02
감기.  (0) 2019.01.13
마지막 TA 평가.  (0) 2019.01.02
Posted by 고숑
2019/2019_머리2019.01.03 12:30


"감세를 하니까 오히려 세수가 늘었다."는 주장으로 유명한 Arthur Laffer 교수가 우리나라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 신랄한 논평을 남겼다. 민감한 이슈에 깊게 생각하지 않은 개인적 소견을 남긴다.


어느 정부에서나 성장과 분배라는 핵심 두 축은 유효하다. 단지 둘 사이에서 무게균형이 바뀔 뿐이지 어느 하나만 추구되지는 않는다. 수많은 언행에서 시장주의자라는 사실이 묻어나오는 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장만을 중시하고 재분배를 경시하지는 않는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구호는 성장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을 헷갈리게 할 뿐 사실상 재분배정책과 다름 없다. 따라서 내용에 대한 이해 없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만 야기할 뿐이다.


근본적으로 시장 대 정부, 자유 대 평등과 같이 도식화된 이념적 구분으로 점철된 과거의 경제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Arthur Laffer 같은 구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성향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 최근의 유망한 신진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 이념이 생각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생각의 전개 자체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실제 데이터에 근거하여 최대한 과학자적 자세를 견지하고자 노력한다. 사안별로 상황별로 시기별로 합리적 대안이 다르기 때문에 철저히 실용주의적 접근을 취한다.


과거의 경제학이 "크지만 불완전한 관점"이었다면 현대의 경제학은 "작지만 완전한 관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책 영역도 이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이념 경제학에 현혹되지 말고 실증 경제학의 세계로 넘어와야 한다.


Posted by 고숑
2019/2019_생활2019.01.02 14:04


미국에서 총 5번의 학부 수업 조교를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마지막 TA 평가 결과를 받았는데 아주 엉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지막 학기여서 아무래도 학생들과의 개인적인 교류가 가장 적었고 수업 자체에도 신경을 제일 덜 쓴 편이었는데 평가는 가장 좋다. 많은 경우에 있어 예상과 결과가 엇갈린다는 사실을 이번에도 체감한다.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단짝과도 같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러한 경우는 많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히 온화한 환경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만 합리적이고 깔끔하게 이행할 수 있다면 특별한 정서적 교류는 없어도 괜찮다고 본다.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면 될 뿐 그 이상은 강요될 수 없다. 물론 나는 일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편이지만 담백한 사이도 나쁘지 않다. "우리가 남이가?" 남이다. 


 - Thanks!

 - He did a great job.

 - Hoyong was also very kind and inclusive.

 - TA explained concepts better than the professor. TA was fantastic.

 - His content knowledge was very high and answered all questions well.
 - He was great! I went to another section occasionally and my TA was a lot more intelligent. I was lucky to have him.

 - The discussions were the only thing that gave us a sense of direction because the lectures were so unengaging and difficult to follow.

 - I do like the format of the discussion handouts, because it covers great main concepts and equations in an easy to understand format. I also like that (TA) Hoyong highlighted important information to remember verbally during discussion. His organization and preparation for the content material showed in his explanations of the material showed.


'2019 > 2019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대한 시기.  (1) 2019.04.21
시골 갔다 왔다.  (0) 2019.03.03
담대한 목표를 담담히 세워본다.  (2) 2019.02.10
지금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  (2) 2019.02.02
감기.  (0) 2019.01.13
마지막 TA 평가.  (0) 2019.01.02
Posted by 고숑
2018/2018_생활2018.12.26 06:09


이민가방 두 개로 떠나서 이민가방 두 개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워낙 작은 삶을 살았던 모양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사생활은 계속 작은 삶을 살 것 같다. 가지고 있는 것이 귀하고 많으면 괜히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럽다. 깔끔한 여백이 많은 것이 좋다.


다만 "움직이면 돈이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무엇을 하더라도 어디를 가더라도 돈이 필요하다. 가령 미국에서 변해버린 몸에 예전에 입었던 옷들은 모두 기부해야 할 판이니 그러할 법도 하다. 나잇살인가 싶다.


이렇게 한 해를 또 보낸다. 1월 중순부터는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2018 > 2018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으로 돌아왔다.  (0) 2018.12.26
졸업식을 치렀다.  (0) 2018.12.18
아저씨가 되어가면서.  (2) 2018.11.22
드라마 몰아 보기.  (4) 2018.11.13
박사 디펜스.  (2) 2018.10.10
하이킹.  (0) 2018.09.24
Posted by 고숑
2018/2018_머리2018.12.21 09:06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10년마다 당대 최고의 소장 경제학자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연구를 소개하고는 한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 이 기사를 잠깐 언급한 기억이 난다. 아래는 당시 선정되었던 경제학자들이다.


1988년.

Larry Summers, Jeffrey Sachs, Andrei Shleifer, Paul Krugman, Gregory Mankiw, Sanford Grossman, Alberto Alesina, Jean Tirole.


1998년.

Michael Kremer, Edward Glaeser, Casey Mulligan, Steve Levitt, Caroline Hoxby, Glenn Ellison, Wolfgang Pesendorfer, Matthew Rabin, David Laibson.


2008년.

Jesse Shapiro, Roland Fryer, Esther Duflo, Amy Finkelstein, Raj Chetty, Iván Werning, Xavier Gabaix, Marc Melitz.


그리고 올해 2018년.

Melissa Dell, Isaiah Andrews, Nathaniel Hendren, Stefanie Stantcheva, Parag Pathak, Heidi Williams, Emi Nakamura, Amir Sufi.


지적 황홀경을 선물하는 이들의 업적을 담담히 훑어보며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현대 주류 경제학계의 연구 경향을 어느 정도 잘 이해했다고 자평한다. 1998년 이후로 응용미시, 실증미시가 경제학계 내에서도 확실한 주류로 부상하였으며 이 흐름은 2018년에도 유효하다.


그러나 경제학은 끊임 없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이코노미스트도 현 시대 최고의 소장 경제학자들은 한 순간의 영감으로 거침 없이 곡을 써내려가는 모짜르트가 아니라 곡이 잘 써지지 않아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부단히 노력하는 모짜르트라고 강조한다.


이를 보면 앞으로 학교를 잠시 벗어나더라도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졸업 이후에도 스스로 꾸준히 정진하면서 국내 좋은 연구자들과도 계속 교류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Posted by 고숑
2018/2018_생활2018.12.18 01:57


졸업식을 치렀다. 미국 대학 졸업식의 경우 한 번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아도 괜찮다.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졸업식은 부모를 위한 날이다. 다만 시간, 비용, 날씨 등 여러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엄마아빠를 부르지 않고 이곳 친구들과 조촐하게 보냈다.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으로 당신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어디인가에 자랑할 것 같은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하루 정도는 그 마음을 이해해주기로 한다.


2010년 2월 26일 학부 졸업사진을 꺼내 보았다.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날이라 기억한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겉모습이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궁극의 노안이다. 그렇지만 속마음만큼은 조금은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18 > 2018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으로 돌아왔다.  (0) 2018.12.26
졸업식을 치렀다.  (0) 2018.12.18
아저씨가 되어가면서.  (2) 2018.11.22
드라마 몰아 보기.  (4) 2018.11.13
박사 디펜스.  (2) 2018.10.10
하이킹.  (0) 2018.09.24
Posted by 고숑
2018/2018_가슴2018.12.10 06:13


"내가 무엇을 해냈다."라는 똑같은 자기 과시에도 어떤 사람에게는 진실이라 응원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허세라 폄하한다.


"내가 누구를 안다."라는 똑같은 인맥 자랑에도 어떤 사람에게는 있어 보인다 생각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없어 보인다 생각한다.


"걔는 괜찮다."라는 똑같은 본인 칭찬에도 어떤 사람에게는 고마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에게는 부담감을 느낀다.


똑같은 자기 과시, 똑같은 인맥 자랑, 똑같은 본인 칭찬에도 나는 사람마다 다른 마음을 먹는다. 결국 내 스스로가 어떤 사람과는 더 가까워지고 싶고 어떤 사람과는 더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소박하고 수수하고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 좋다. 그러나 정작 내 자신한테는 이와 반대되는 성향이 점점 두드러진다. 스스로도 이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잃어가는 나의 이상향을 주변 사람에게 대신 찾고 싶은 것일까. 나와 맞는 사람은 누구일까. 비슷한 고민을  꾸준히도 한다.


'2018 > 2018_가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와 맞는 사람.  (0) 2018.12.10
무미건조한 나날, 경미한 우울함.  (0) 2018.11.27
대학원에서 좀생이가 되는 느낌이 싫어서.  (2) 2018.11.06
싫은 소리.  (0) 2018.11.05
청탁에 관하여.  (0) 2018.10.20
어차피 변할 스케치이지만.  (2) 2018.10.16
Posted by 고숑
2018/2018_머리2018.12.04 06:08


흔히 경제관료에게 거시경제 통찰력이나 금융 전문성 등을 기대하지만 나는 이 영역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나는 고용노동, 교육, 의료보건, 과학기술 등 실생활에 와닿는 미시 부문의 구체적인 정책에 애착이 더 크다. 소수의 회사 사람들이 경제학 박사 과정에 들어와서 거의 거시경제학을 전공하는데 비해 나는 노동/공공경제학을 전공했다. 회사 내에서 이들을 계속 다루려면 해당 분야의 예산 편성이나 정책 조정 업무를 해야할 텐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분야가 사무관들 사이에서 인기가 크게 있지는 않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어느 영역에서 일하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 고되지만 흥미 있는 일이 좋을까, 흥미는 없지만 편한 일이 좋을까, 아니면 다 필요 없고 승진 같은 요소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모처럼 우리나라 맥락에서도 간접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교육경제학 논문 두 편을 훑어 읽었다. 둘 다 내가 자주 즐겨 읽는 Economics of Education Review 저널에 수록된다.


하나, 선생의 실력을 공개하면 실력 있는 선생으로의 학생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LA에서 제자들의 학업성취도로 선생들의 실력을 평가한 적이 있고 이것이 대중들에게 공개된 바 있다. 이러한 정보 공개는 실력 있는 선생에게 성적 좋은 학생이 몰리는 결과를 야기했다. 논문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대학원 연구실을 운영하는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평가가 담긴 "김박사넷"이라는 웹사이트가 떠올랐다.


내가 지나치게 실용적인 사람일 수도 있지만 학교 선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 안 된다고 보는 편이다. 수업 내용 전달과 면학 분위기 조성이 최우선이다. 과하게 말하면 학생에게 필요한 지식을 잘 전달한다는 담백한 목표가 학교 선생에게 기대할 수 있는 전부이다. 학생과의 정서적 교감과 같은 것은 선생에게도 학생에게도 강요하기 힘들다. 이들은 추상적이기도 하거니와 두 주체 간 공식적 계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둘, 학교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하여 학교 간 경쟁을 강화시키는 것이 학생들 성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교육 정책은 분석 대상의 맥락이 무척 다양해서 직접적으로 참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분명 우리나라 자율형 고등학교와 폴란드 자율형 고등학교의 환경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한 저널에서 리뷰 중인 내 졸업논문의 두 번째 장과 연관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나의 분석 역시 학교 간 경쟁이 학생들의 좋은 학업 성적으로 치환되었다는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Posted by 고숑
2018/2018_머리2018.11.28 07:09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쓰다 보니 크게 세 가지 소재가 중구난방으로 얽혀 있다.


얼마 전에 한인 경제학과 박사생들끼리 조촐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어느 수강생의 엄마가 1학년 경제원론 수업을 듣고는 내용이 학생들에게 너무 어려운 것 같다고 담당 교수에게 항의했다는 것이었다. 자녀 대신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니는 부모, 자녀의 낮은 학점을 항의하는 부모 등과 같은 사례는 들었어도, 수업이 어렵다고 따지는 부모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극성맞은 부모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전 세계 공통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들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이들 자녀의 성적이 조금 더 좋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다. 어느 풍파에서도 자신을 강력히 보호해주는 부모가 있다면 자녀는 오직 자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 논의의 맥락을 국가와 산업 단위로 넓히면 Friedrich List의 유치산업보호론을 떠올릴 수 있다. 어느 산업이 국제 무역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달 American Economic Review에는 유치산업보호론과 관련한 Reka Juhasz의 엄청난 논문이 하나 수록되어 있다. 읽으면서 한 편의 대서사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806년 대륙봉쇄령으로 인해 프랑스 북부 지방은 남부 지방에 비해 영국 산업혁명의 혜택을 덜 받게 되었다. 가까운 바닷길이 막히면서 지중해 쪽으로 무역로가 선회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륙봉쇄령은 일종의 자연실험적 상황으로 작동한다. 왜냐하면 프랑스 북부 지방은 자체적으로 방적 산업(cotton spinning)의 기계화를 도모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륙봉쇄령이 프랑스 북부 지방의 방적 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를 야기한 것이다. 동 논문은 나로서는 엄두도 못낼 데이터 작업 등을 거쳐 이것의 장단기적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위 논문은 경제사 영역에 해당한다. 경제사 분야에서 대중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는 아무래도 장하준 교수님이다. 예전에는 장 교수님의 다양한 주장을 어느 정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이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이후에는 조금 더 비판적인 자세에서 바라보게 된다. 특히 내생성 통제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공공경제학을 전공하니까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유치산업보호의 긍정적 효과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위 논문의 저자와 장 교수님은 공통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의 타당한 근거를 보여줄 수 있는 연구자로서의 역량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Posted by 고숑
2018/2018_가슴2018.11.27 05:06


전반적으로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종종 느끼는 무심하고 냉소적인 성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밝고 다채로운 상태에서는 작은 삶도 큰 삶도 모두 의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둡고 무미건조한 상태에서는 작은 삶도 큰 삶도 모두 부질없다고 생각한다. 종종 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연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기계적으로 열심인 삶에는 자신이 있다. 나도 모를 의무감과 책임감이 나를 감싸고 있고, 그렇게 사는 삶은 보람을 느끼게도 가슴을 벅차게도 만든다. 그러나 왜 그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아, 나는 무엇을 위해 살까?"처럼 답도 없는 궁금함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다만 "아, 생각하기 싫다."라는 귀찮음이 위와 같은 궁금함을 깨끗하게 지워버린다. 또한 기계적으로 열심인 삶은 사람을 단순하고 바쁘게 만들기 때문에 왜 그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잊게 만든다. 앞으로 바빠질 것을 생각하면 "왜?"는 사실 사치스런 고민이기는 하다. 


나에 대한 자성의 힘이 사그라드는 것처럼 남에 대한 비평의 날도 무뎌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만의 개똥 철학은 더욱 확고해지는 반면에 이것을 상대에게 설득하려는 다혈질적 기질은 점점 줄어드는 탓이다. 원만함인지 소심함인지 잘 모르겠다.



'2018 > 2018_가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와 맞는 사람.  (0) 2018.12.10
무미건조한 나날, 경미한 우울함.  (0) 2018.11.27
대학원에서 좀생이가 되는 느낌이 싫어서.  (2) 2018.11.06
싫은 소리.  (0) 2018.11.05
청탁에 관하여.  (0) 2018.10.20
어차피 변할 스케치이지만.  (2) 2018.10.16
Posted by 고숑
2018/2018_생활2018.11.22 06:02


몇몇 사람들과 함께 시카고에서 테니스를 치고 왔다. 뱃살이 불어난 모습이 눈에 띈다. 운동하는 것만큼이나 마시는 것을 덜 절제하는 탓이다. 서브할 때 엉덩이가 앞으로 더 튀어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은 뱃살 때문일 것이다. 운동은 곧잘 하지만 몸은 비대해진, 생활 체육을 즐기는 아저씨의 몸으로 바뀌고 있다. 


SNS를 통한 자기표현의 빈도에 비례하여 실수, 찬사, 비난의 수도 비례한다. 조금 더 무게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욱 흠모했을 분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물론 예전에 자기계발서에 대해 느낀 감정과 비슷해서 딱히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권위에 대한 존중이 점점 사라지는 세상에 아쉬움이 있다. 이 역시 아저씨스러운 마음인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아저씨가 되어간다. 아저씨가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피터팬과 꼰대 사이의 어느 지점을 찾아 균형 있게 서 있는 좋은 아저씨가 되는 것이 최선일 텐데. 


 


'2018 > 2018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으로 돌아왔다.  (0) 2018.12.26
졸업식을 치렀다.  (0) 2018.12.18
아저씨가 되어가면서.  (2) 2018.11.22
드라마 몰아 보기.  (4) 2018.11.13
박사 디펜스.  (2) 2018.10.10
하이킹.  (0) 2018.09.24
Posted by 고숑
2018/2018_생활2018.11.13 06:23


요새 일본 드라마를 많이 보고 있다. 한국 드라마보다 짧아서 몰아 보기가 좋다. 일본 특유의 과한 연기에도 적응이 된 것 같다. 9월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아래에 쓰고 나니까 이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시간이었나 싶다.


Yui Aragaki와 Masato Sakai가 나오는 것 위주로 한자와 나오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아빠와 딸의 7일간, 코드 블루 1-2-3, 전개걸, 리갈 하이 1-2, 하늘을 나는 홍보실, 결혼 못하는 남자, 드래곤 사쿠라, 마이 보스 마이 히어로, 파견의 품격,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 관료들의 여름, 닥터 린타로, 호타루의 빛. 아마 적지 못한 드라마도 있을 것 같다. 집중해서 몰아 보니까 작품 내용은 기억에 더 잘 남는 것 같다.


ONE OK ROCK이라는 일본 그룹의 음악도 많이 듣고 있고, 여름에 홋카이도에 갔다온 이후 아무래도 일본에 약간 취해 있는 모양이다.



------


18.11.21. 추가. 


리뷰어 노트 쓰는 것이 조금 귀찮았었는데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라는 드라마를 보니 꼼꼼히 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일본드라마에 여전히 푹 빠져 있다.




'2018 > 2018_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업식을 치렀다.  (0) 2018.12.18
아저씨가 되어가면서.  (2) 2018.11.22
드라마 몰아 보기.  (4) 2018.11.13
박사 디펜스.  (2) 2018.10.10
하이킹.  (0) 2018.09.24
횡설수설 취미 이야기.  (0) 2018.09.06
Posted by 고숑